Rage Against The Road

“Rage Against the Road”

삐비빕. 삐비빕. 아침을 깨우는 소리. 평소와 같이 손을 뻗어 스마트폰 알람을 스누즈 시킨다. 이제야 밝아지기 시작한 건 같으니 조금 더 누워있어도 괜찮겠다. 삐비빕. 삐비빕. 이내 다시 깨우는 소리. 손을 뻗어서만은 다시 울릴 것을 알기에 몸을 일으켜 그 알람을 이내 꺼 버린다. 몸이 일어났으니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편다. 위로 길게 뻗은 두 팔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데 쫘아악 당겨지는 근육의 느낌. 아차 싶다. 인상이 잔뜩 지푸려진다. 목을 돌려보는데 역시나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 완전히 아픈 것도 아니지만 살짝 목이 돌아갈 때마다 목과 어깨에 확 긴장을 주는 이 담결림이라는 현상은 사람의 기분을 망치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 분명하다.

탁. 차 문을 닫고 운전석에 자리를 잘 잡아 앉는다.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힐끗 거릴 때 마다 담이 날 괴롭힌다. 윽 하는 반응은 물론이고 그 즉각적 반응 이후에 바로 이어 아이씨 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저절로 나온다. 조심히 스스로와 통증을 잘 참아가며 시동을 걸고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오른다.

고속도로 입구 교차로까지는 5분이면 간다. 입구 교차로에서는 신호가 길어 평소에 그 신호에서 멈춘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그 5분 거리의 도로 위 내 앞에는 굴착기가 달리고 있다. 굴착기의 최대 속도가 시속 30km는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내 차의 속도계는 30을 가리킨다. 옆으로 휙 지나가는 동그란 최고속도 안내판에는 6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왕복 2차로 이 도로의 반대편 차선에는 우리 집 방향으로 출근하는 수많은 차들이 줄지어 달린다. 저 멀리 고속도로 입구에 내 신호, 나를 위한 좌회전 신호, 그 긴 신호가 들어온 것이 보인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 없이 고속도로로 올라갔을 그 타이밍이다. 고개가 떨궈진다. 한숨이 나온다. 어느새 교차로에 도달했다. 나의 신호는 시뻘건 색이다. 굴착기는 유유히 직진하여 교차로를 통과한다.

굴착기 운전자는 잘못이 없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와 내 뒤로 거북이 운행을 한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 3분을 허비했다. 20명이면 한 시간, 한 시간이면 얼마 어치일지 생각하며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2차선 고속도로에 평소 같았으면 합류하자마자 1차선으로 들어가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추월을 즐길 수 있다. 사이드미러를 보니 1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들의 속도와 거리가 끼어들기에 애매하다. 2차선에서 기다린다. 몇 초나 기다렸을까? 2개 차선을 가르는 차선이 점선에서 실선으로 바뀐다. 기다린다. 점선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깜빡이를 넣고 들어가려는 순간 내 뒤에 따라오던 차가 실선을 넘어 1차선으로 건너가 쌩 하고 나를 앞지른다. 살짝 핸들을 틀었다 돌려놓는 통에 담결림이 순간적인 고통을 준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입에선 거친 욕이 조그마한 소리로 흘러 나온다.

그래도 무사히 1차선에 안착했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오른쪽 차선의 차들이 내 차 뒤쪽으로 하나 둘 멀어져 가는 곁눈의 풍경은 심신에 안정을 준다. 크게 숨을 들이셨다가 내뱉고 편안하고도 익숙한 코스운전에 내 몸을 맡긴다. 그런데 내 차선 저 앞 쪽에 보이는 차 한 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 차가 다가가고 있는 게 포착된다. 쌍라이트를 날릴까? 2차선으로 추월할까? 빵빵 거릴까? 고민하던 찰나 내 발은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 뒤로 따라오던 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2차선으로 나와 내 앞차를 추월해 간다. 몇 대를 보내는 동안에 입 밖으로 몇 번의 욕을 내뱉었다. 경적이나 상향등의 사용 없이 급가속하는 엔진 소리만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2차선으로 그 차를 추월한다. 다시 내 차선을 차지한 뒤 룸미러로 멀어져 가는 그 차를 보며 온갖 욕을 쏟아 붓는다. 운전면허시험의 난이도를 엄청나게 올려야 한다는 게 스스로에게 내리는 결론이다.

도시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강 양쪽으로 아파트와 빌딩들이 즐비하다. 이제부터 엑셀러레이터를 밟을 일은 별로 없다. 브레이크로만 전진해야 한다. 항상 막히는 구간. 내가 주목하는 현상은 5차선 그랜드크로스. 오른쪽에서 합류하여 바로 다음 왼쪽에 위치한 출구 때문에 합류하자마자 무작정 왼쪽 차선으로 5번을 연달아 횡단하는 차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내 앞에 여지없이 한 놈이 끼어든다. 욕부터 나온다. 창문을 열어뒀으면 들릴 정도 일거다. 또 한 놈이 끼어든다. 아픈 목을 돌려 사이드미러로 뒷쪽을 보면 그렇게 끼어들어 정체를 만드는 놈들이 그 순간만에도 수 십임을 알게 된다. 그 숫자만큼 욕을 내뱉었다. 횡단을 애초에 막았어야 하지 않은가? 차단봉을 세워서 바로 다음 출구로는 가지 못하게 교통 흐름을 미리 계획했어야 하지 않은가? 단속이라도 하던가? 얼굴이 찌푸려진 게 느껴질 정도로 구겨졌다. 하도 구기고 있어서 미간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건 이 도시의 탓이다. 행정의 탓이다. 관리자는 한 번이라도 이 도로를 아침에 다녀봤을까? 드는 의문의 숫자만큼 한숨을 쉬어댔다.

도시고속도로에서 나와 일반도로에 진입한다. 이 익숙한 2차선 도로는 흐름을 잘만 타면 쌩쌩 달려 통과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지점이다. 출발 때 부터 지금까지 쌓인 미간의 스트레스는 이 때 대부분은 덜어낼 수 있다. 기분 좋게 가속을 하는데 앞에 개인택시 한 대가 차선을 애매하게 물고 중앙에서 간다. 바로 욕이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차선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추월하고자 하는 의지를 남들에게 애써 보이고 싶지 않다. 아주 매너 있고 우아하게 방향지시등과 함께 자연스런 추월을 추구하기 때문에 퍼펙트한 타이밍을 기다린다. 택시는 1차선으로 다시 돌아오는가 싶더니 제동등이 들어온다. 다시 꺼진다. 제동등이 들어온다. 다시 꺼진다. 까깜빡거린다. 씨발 존나게 짜증이 난다. 나도 결국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야 한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앞 차의 룸미러로는 내 입이 보이진 않을 거다. 소리를 한 번 더 지르고 싶지만 질끈 참는다. 목과 어깨의 근육이 확 당기면서 소리지를 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대로 그 택시를 따라 회사 앞 사거리 교차로에 도달한다. 택시는 1차로, 나는 2차로에 나란히 선다. 나는 옆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니, 쳐다보지 못한다.

심호흡을 한다. 우리나라 교통체계와 운전자들의 잘못된 습관을 하나 둘 떠올리며 모든 것이 엉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교차로에서 좌회전은 두 개 차선이 한 번에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마음과 몸을 준비한다. 1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차량이 유도선을 무시하고 2차선으로 넘어오는 일에 경적을 때려버릴 속 시원한 준비다. 출발. 아니나 다를까 아까 그 택시는 교차로에 진입하자마자 유도선을 넘어 내 차선을 거쳐 바로 오른쪽 인도 쪽에 차를 붙인다. 평소 같았으면 길게 경적을 때리고 쌩 하고 지나갔을텐데, 너무 깊숙이 들어와 핸들을 돌려 피하는 순간 담이 확 느껴져 경적 울리기에 실패했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그 택시에서 손님이 내리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최악으로 날렸다. 욕은 속에서 삭아 머리에 열로 올라온다.

빨간 불에 우회전 대기를 위해 차가 서 있는데 내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누가 좀 교통 캠페인이라도 해줬으면 한다. 이경규 아저씨가 다시 양심냉장고를 걸고 고발을 하거나 칭찬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범칙금을 이 백 만원으로 올리고 면허를 다 뺏어버리는 상상을 해본다. 파란 불이 들어온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제발 가라. 제발 가라. 앞 차는 오른쪽 깜빡이를 켜 놓고 교차로에서 꿈쩍도 안 한다. 씨발, 제발 좀 가라고!!!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발을 엑셀러레이터 위에 올리자마자 끝까지 밟는다. 굉음과 함께 앞 차를 받는다. 앞 차 위를 타고 올라간다. 앞 차 지붕과 앞유리를 다 찌그러뜨리고 다시 도로로 내려온다. 차를 도로 한 중간에 세우고 내팽개쳐놓고 내려 나와 내 뒷쪽에 기다리고 있던 아까 그 택시에 달려간다. 운전석 문을 열고 운전자를 끄집어 내어 마구마구 두들겨 팬다.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쳐 부수고, 도로 한 켠에 있던 벽돌을 집어 들어 유리창에 내다 꽂는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소리를 내지른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툭. 들고 있던 고개를 내려 보니 아까 아무도 지나가지 않던 횡단보도 앞 우회전 기다리던 차에 내 차가 살며시 콩 하고 박았다. 앞 차에서 쌍깜빡이가 켜지더니 운전석에서 한 중년남자가 목덜미를 잡고 내린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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